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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맥 넓을수록 소외계층엔 냉랭”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정서적 지지를 얻는 것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며 장수 등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사회적 유대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과 상관없는 집단, 특히 장애인이나 약물중독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경영대 애덤 웨이츠 교수팀은 사회적 유대감과 인간성 말살’간의 관계에 주목해 실험을 진행했다. 여기서 인간성 말살(dehumanization)이란 타인을 자신처럼 감정과 지성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객체로 인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정의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참가자 3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지지받고 있다고 느낀 순간을 주제로 수필을 쓰도록 하고, 다른 그룹에는 매일 만나지만 특별한 교류는 없는 사람에 대해 글을 쓰도록 했다. 그런 후 참가자들에게 불특정 다수로 이루어진 상류층, 중류층, 마약중독자, 장애인 등 네 그룹의 사람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항목에는 이 그룹 사람들은 복잡한 사고능력을 얼마나 지니고 있을까’, ‘의도적으로 행동할 능력은 얼마나 될까’ 등의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 그 결과 유대감에 대해 글을 쓴 그룹이 교류가 없는 사람에 대해 글을 쓴 그룹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 냉정한 평가를 매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마약중독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인 약자 그룹에 대해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유대감에 대해 글을 쓴 그룹은 마약중독자나 장애인들의 마음자세나 능력에 대해 전체 7점 가운데 평균 1점 정도로 가장 하위의 점수를 매겼다. 사랑받은 경험을 떠올린 것이 타인에 마음을 열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더 배척하게 한 셈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 연구진은 참가자 59명에 9ㆍ11 테러 용의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절반은 친구와 이 사진을 보게 했고 나머지는 낯선 사람과 함께 보게 했다. 그런 후 용의자에 적절한 전기고문 강도를 물었다. 그 결과, 친구와 사진을 본 이들은 평균 170.6볼트가 적당하다고 답한 반면 낯선 사람과 용의자들 사진을 본 이들은 136볼트가 적당하고 답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웨이츠 교수는 두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유대감이 자신의 그룹에 속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기 때문에 그룹 밖의 사람에겐 좀 더 냉정해지는 경향을 높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대감이 구분선처럼 내 그룹 안의 사람과 밖의 사람을 뚜렷이 갈라놓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사회적 유대감이 충분한 사람들의 경우 새로운 인맥을 필요치 않아 타인에 냉랭해지기 쉽다는 것이다. 웨이츠 교수는 “배가 고프면 음식을 찾듯 외로우면 사람을 찾기 마련”이라면서 “유대감이 높아지면 사람을 덜 찾게 돼 결과적으로 타인을 사람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실험 사회심리학(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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