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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A는 타이밍이다/한국무역협회 이기성 전무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확보한 자동차 시장규모가 3500만대에 달해 일본(570만대)보다 6배나 많다.”

한ㆍ미 FTA에 대한 미국 측 비준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일본 자동차업계에서 나온 자조섞인 논평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대만 언론은 섬유, 기계, 플라스틱 등 전방위에 걸쳐 자국 업체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안으로는 찬반양론이 일면서 한ㆍ미 FTA 비준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지만 밖을 보면 너무나 명확한 그림이 다가온다. 경쟁국들이 한국 무역호(號)의 FTA에 대한 리더십을 부러워함과 동시에 급속한 경제영토 확장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기에 바쁘다. 특히 일본 업계는 무역자유화의 흐름을 방관하고 있다면서 자국 정부를 다그치는 양상이다.

우리가 FTA에 열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외부에서 찬사를 받고자 하는데 있지 않다. 해외시장에 좀 더 많이 상품을 내보내 갈수록 주름이 깊어지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라는 최고의 복지카드를 양산하기 위함이다.

FTA는 수출 증대를 통해 1차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상대국에 대한 낮은 관세 혜택을 등에 업고 해외로 이전하려는 공장을 붙잡아 국내 일자리를 유지하게 해 준다. 더불어 FTA 발효국에서 생산해야 원가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과 중국 기업의 한국진출 확대는 물론 이미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의 유턴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발효 후 7년이 경과한 한ㆍ칠레 FTA는 일자리 창출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FTA가 발효되기 전인 2003년에 칠레 내 한국제품 점유율은 3.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4%로 뛰어 올랐다. 이에 힘입어 관련 일자리 수도 6000개에서 2만2000여개로 대폭 증가했다.

일자리가 많이 늘어도 물가안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삶의 질은 추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런데 FTA는 물가안정을 통해 소비자인 모든 국민의 장바구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무역협회가 지난 8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ㆍEU FTA가 발효되면서 수입관세가 철폐되거나 낮아져 6%정도의 도ㆍ소매 가격인하 효과가 예상됐다.

특히 과일주스 수입업체는 도매가격을 10%정도 인하했고 의류와 가방의 경우 도ㆍ소매 가격을 5~10%나 내리겠다고 응답했다. 자동차 수입업계는 FTA 발효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소비자의 환심을 산 바 있다.

다시 눈을 밖으로 돌려보자. 일본은 우리가 EU와의 FTA를 발효시키자 서둘러 EU와 FTA를 하기 위한 예비회담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얼마 전 대만 경제부는 미국이 FTA체결 의향을 갖고 있다면 언제든지 협상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쟁국이 왜 이렇게 행동할까. FTA는 그 특성 상 상대적인 속도에 의해 그 결과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다들 발효한 후에 하면 아무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또 경쟁국에 다소 늦기만 해도 경제적 성과를 만회하기 힘든 특성도 있다. 칠레와의 FTA 사례에서 보듯이 선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한ㆍ미 FTA 발효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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