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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이색’ 박물관…등잔 밑 ‘보물창고’
파리에 가면 루브르. 런던은 대영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든지 사람들은 꼭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을 한번쯤 둘러보게 된다. 역사나 그림을 잘 알든, 그렇지 않든 크게 상관없다. 응당, 그래야만 할 것 같다. 시공을 초월한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응축돼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때론 그곳에서 잃어버린 우리네 역사 한 조각과 만나기도 한다. 자, 여기까지. 멀리 바다 건너 파리로, 런던으로, 뉴욕으로 속절없이 날아가던 마음을 붙잡아라. 잃어버린 역사와의 조우는 내년 여름휴가에나 다시 논하기로 하자. ‘등잔’ 밑을 본다. 서울에서 즐기는 이색 박물관 여행이다.

# 스치기만 해도 정겨운 북촌한옥마을=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높은 북촌한옥마을. 아름다운 한옥 한채 한채도 볼거리지만, 자박자박 걸을 수 있는 골목의 정겨움도 살아 있다. 무엇보다 박물관, 공방 등 전통의 향기를 눈과 마음으로 느끼고, 것도 모자라면 직접 손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명소들이 많다는 것도 매력.

북촌한옥마을의 중심은 재동초등학교. 여기서 북촌로를 따라 감사원 쪽으로 슬슬 올라가다 보면 전통병과교육원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가회동 11번지 골목길이 나온다. 일단 발을 들여놓자. 골목 구경도 재미있지만 동림매듭공방, 가회민화박물관, 한상수자수전시공방 등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흘깃, 옆눈으로 스치거나 출입문 앞에서 기웃거리기만 해도 좋다. 그것만으로도 풍요로운 풍경이니. 그러다 내키면 슬그머니 문을 열면 된다.

박물관과 공방을 둘러보며 북촌한옥마을을 걷기로 했다면 북촌문화센터부터 들른다. 홍보전시관에서 먼저 북촌한옥마을의 유래와 한옥의 특징을 알아보면 마을여행이 더 알차다. 한옥 짓는 과정, 지붕의 형식, 온돌의 구조, 마루의 종류 등이 잘 설명돼 있다.


# 가회민화박물관~한상수자수전시공방~와룡공원=2002년에 문을 연 가회민화박물관(종로구 가회동 11-103)엔 흥미로운 민화와 부적들이 즐비하다. 소장 유물은 민화 250점, 부적 750점, 민속자료 250점 등 총 1500여점에 달한다. 우스꽝스러운 호랑이 그림에서, 빨갛고 노란 부적에서 옛 서민들의 삶과 염원이 느껴진다.

안방, 건넌방, 대청마루가 하나로 연결된 전통한옥 내부를 고스란히 가져온 전시실에서 민화와 부적 등을 관람한다. 그러고 나면 전남 나주 동원사에서 가져온 차를 한 잔씩 무료로 마시며 조상들의 솜씨를 다시금 음미해볼 수 있다.

단청카드 만들기, 부적 찍기, 탁본 찍기, 부채 그리기, 열쇠걸이 그리기, 문자도 그리기, 모란티셔츠 만들기 등 박물관이 준비한 상시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이 박물관에서 불과 50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한상수자수전시공방(종로구 가회동 11-32)에 가면 여자들의 방한모였던 ‘풍차’를 비롯해서 오늘날 폐백 때 입는 활옷과 자수를 놓은 십장생도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손수건에 수놓기, 찻잔받침대 만들기 등의 체험이 가능하다. 공방 마당 남서쪽 모서리의 장독대에 서면 북촌로 건너편의 오밀조밀한 마을 풍경도 눈을 즐겁게 한다.

북촌로 북쪽의 감사원 오른쪽 길을 타고 계속 진행하면 성북동으로 넘어가기 전 와룡공원을 보게 된다. 와룡공원에서는 서울 성곽과 성북동이 사이좋게 어울린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성곽 도보관광 제1코스 중의 한 포인트인 와룡공원. 여기서 말바위전망대까지는 530m, 말바위전망대에서 숙정문까지는 500m, 숙정문에서 창의문까지는 2㎞ 거리다.


# 대학로 쇳대박물관~낙산공원~짚풀생활사박물관~광화문=대학로 방면에도 이색 박물관이 있다. 마로니에공원 뒤편, 소극장들이 밀집한 속에 위치한 쇳대박물관(종로구 동숭동 187-8)은 우리나라의 옛날 자물쇠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독특한 자물쇠를 전시하는 곳으로, 쇳대는 열쇠의 방언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1956년 사진작가 정범태 씨가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촬영한 ‘열쇠장수’ 사진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진의 주인공은 50년대 후반 작가가 해방촌에서 자취할 시절 옆방에 살던 열쇠장수 신 씨라고 한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등 유명인사들이 기증한 갖가지 열쇠와 자물쇠가 눈길을 끈다. 특히 눈여겨볼 전시 공간은 두석장의 작업실(재현)이다. 두석장은 ‘구리와 주석을 합금한 놋쇠 장석을 만드는 장인’을 의미하는 말로, 이 박물관엔 중요무형문화재 제64호인 김극천 장인이 직접 사용하던 도구를 기증받아 전시 공간을 꾸며놓았다. 대학로 뒤편 언덕에는 낙산공원이 조성돼 있으며, 서울성곽이 남북으로 뻗어 있다.

북쪽 혜화동로터리에는 짚풀생활사박물관(종로구 명륜동2가 8-4)이 있다. 이곳에서는 우리 조상이 오래전부터 짚과 풀을 이용해서 만들고 사용했던 생활공예품들을 감상하게 된다. 한옥관에서는 보릿짚 컵받침, 복조리 등 다양한 생활 소품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한편 광화문광장의 서쪽 서울역사박물관과 경희궁 인근에는 경찰박물관(종로구 신문로2가 58)이 있다. 가족나들이로 제격인 이곳에선 경찰의 역사와 문화를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설명해준다. 특히 2층 ‘체험의 장’에서는 몽타주 만들기, 지문이야기, 거짓말탐지기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어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 1층에서는 경찰근무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거나 순찰차와 모터사이클 등을 타볼 수 있다.

<박동미 기자@Michan0821>
/pdm@heraldcorp.com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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