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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도한 정책의지…물가지수 신뢰 추락
11월 소비자물가 4.2% 상승…지수개편 적절성 논란 증폭
전기·수도·가스 비중 48.3

정부 컨트롤 가능구간 확대


통신비 차지 비중 사상최대

물가 산정엔 되레 덜 반영

긴축 소비성향도 고려 절실

통계청이 처음으로 재편된 소비자물가를 내놨다. 결과는 통계청의 사전 설명대로 ‘지수 하락(-0.4포인트)’. 

모집단이 도시 중심에서 ‘군 지역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되고, 농수산물 분야에 수입산이 포함되며, 금반지가 빠지면서 지수 하락은 어느 정도 점쳐졌지만 그 폭이 예상보다 두드러진다. 올해만 놓고 보자면 1월의 경우 구지수, 신지수 적용 시 물가지수가 무려 0.7%포인트나 차이가 날 정도다.

이렇다 보니 지수 개편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진다. 정부의 과도한 ‘정책 의지’가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물가지수를 탄생시켰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신지수와 구지수를 비교해 보면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 많다.

먼저 섹터별 가중치 비중의 변화다. 구지수의 축산물 섹터가 신지수에서는 없어진 대신, 신지수에서는 전기ㆍ수도ㆍ가스 섹터와 섬유제품 섹터가 생겨났다. 기존에 있던 항목들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전기, 수도, 가스의 비중은 48.3으로 늘었다.

A 민간경제연구소 모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단순하게 보자면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품목별 개별 비중을 두고도 말이 많다.

예컨대 통신비(지출 목적별 기준)의 경우 구지수에서는 1000분의 60.2 정도를 차지했으나 신지수에서는 57.8로 낮아졌다. “전체 가계 소비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 3월에 발표했던 2010년 연간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통신서비스 이용료가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09%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물론 3월 발표치는 통신서비스료 자체만을 반영한 것이고 개편된 물가지수의 ‘통신비’는 단말기 구입요금 등을 포함했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가계의 통신비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새 물가지수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섬유제품’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구지수에서는 흩어져 있던 의류들을 한데 묶어 ‘섬유제품’군을 만들었다. 가중치 역시 54.6으로 상당히 높아졌다. 석유류(53.5)보다도 높다. 의류로 대변되는 섬유류는 가계 상황에 따라서 가장 탄력적으로 변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는 부분이다. 때문에 물가가 오르거나 경기가 나빠지면 가계가 ‘알아서 지출을 줄여 물가 부담을 낮추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음식ㆍ숙박(구지수에서는 외식ㆍ숙박) 분야는 비중이 낮아졌다. 국민의 여가생활 비중이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임에도 구지수의 132.7에서 120.4로 비중이 12포인트 이상 낮췄다. 이유는 역시 “지난해 가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다른 시각도 많다. B 민간경제연구소 모 연구원은 “지난해 국민소득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음식ㆍ숙박 분야 관련 지출 비중이 줄어든 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2008년 이후 경제위기로 국민이 외식이나 여행 자체를 줄인 탓이 클 것”이라고 봤다.

그는 “기준년이 된 2010년의 경우 GDP와 같은 국가적 차원의 지표는 개선된 것이 맞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불안감과 금융 분야에서 발생한 가계 부실이 지속되면서 가계가 평상시와는 다른 ‘긴축적’ 소비 성향을 보인 면이 있다”면서 “가중치 조정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이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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