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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끝 인생, 한국의 월급쟁이
실업수당 소득보전율 30.4%…OECD국가 평균의 절반수준
위기 취약·노후대책도 없고

직장 잃으면 사실상 무방비



실업2년차 소득보전율 0.6%

OECD 평균 40%와 비교안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도 42%

그리스 95% 터키 65%와 격차





주말마다 서울 서대문도서관을 찾아 취업정보를 검색하는 김모(40) 씨. 그는 최근 세 번째 실업수당을 받았다. 그는 연극 연출 일을 해온 까닭에 경기에 따라 생활이 휘청거렸고, 서울고용노동청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실업수당이 고마운 존재이지만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실업수당을 받는 동안에는 아는 사람을 피해다니는 등 대인기피증까지 생긴다”고 말했다.

올해 초 명예퇴직을 하고 피자가게를 차린 백모(57) 씨. 그는 최근 장사를 접을 생각을 여러 차례 했다. 늦은 밤까지 가게를 열어야 겨우 생활비 정도를 손에 쥘 수 있기 때문. 그는 “건강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가게를 그만두고 싶지만, 생계를 유지할 마땅한 대안이 없어 폐업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더라도 일정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고 직면하게 되는 우리나라 40, 50대 남성들의 생활상이다. 쥐꼬리만 한 실업급여로 어렵게 연명해야 하며, 퇴직 이후에도 연금이 충분하지 못한 까닭에 새로운 일자리를 걱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쌍용자동차 근로자와 가족이 실업에 따른 스트레스성 질환과 자살로 지금까지 19명이 사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고 하지만, 현대에는 ‘사람 목숨은 사회안전망에 달려 있다’고 말해도 억지가 아닌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실업은 곧 생존과 연결된다. 실업으로 소득이 없어지게 되면 의지할 곳이라고는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과 몇 개월간 주어지는 실업수당이 고작이다.  

실업에 대비한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은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실업급여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고용전망 2011(Employment Outlook 2011)’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업수당의 소득보전율은 30.4%에 그쳤다. OECD 회원국의 중간값인 58.6%의 절반 정도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도시생활가구의 교육비 비중이 총소득의 35%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아이들 교육비를 지불하고 나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다.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위스 포르투갈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등은 70% 이상의 소득보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직장인들은 실직하더라도 실직 전 소득의 70% 이상의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일자리를 잃더라도 당장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어렵게 일자리를 유지하더라도 그리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지는 않는다. 노후생활의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OECD가 발표하는 2011년 연금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2.1%에 머물고 있다. 그리스 95.7%, 룩셈부르크 87.4%, 오스트리아 76.6%, 터키 64.5%, 핀란드 57.8% 등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업수당,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이다. 우리나라식 사회안전망은 ‘적게 내고 적게 받는’ 형태로 꾸며져 있다. 사회안전망이 튼튼하지 못한 근본 이유다. 유럽식 복지국가처럼 소득의 절반을 사회보장세로 지불하는 형태로 전환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보험료를 높여 사람을 살려야 할 시점은 분명하다. 인명은 사회안전망이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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