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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태준 별세>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박정희, "아니 자네는 무쇳덩어리인가?"
고 청암 박태준 명예회장(이하 청암)의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만남을 꼽으라면 단연코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박정희)과의 인연일 것이다.

청암은 1948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 그곳에서 박정희를 처음 만났다. 당시 박정희는 소령으로 사관학교의 교관이었고 자기 규율에 엄격한 청암은 박정희의 뇌리에 각인됐다.

청암이 육사를 졸업한 지 10여년이 지난 후 이들은 다시 만났다. 청암은 대령으로 육군본부 인사과장으로 재직하던 1960년 박정희 소장이 청암을 찾아왔다. 제2군수기지 사령관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참모장으로 자신을 보좌해 달라는 것이었다. 박 대령은 머뭇거리지 않고 박 소장을 따라갔다.

강한 자제력, 완벽주의와 직선적 성격,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았다. 부산에서 함께 지내고 정치, 경제, 사회 현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두 사람 사이의 신뢰와 존경은 돈독해져갔다.



청암의 완벽주의를 보여준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부하 장교들을 관찰해 장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던 박정희는 어느날 청암을 시험키로 했다. 비밀리에 참모들을 불러 박 대령에게 술을 진탕 먹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박 대령에게는 군수본부 장비계획서를 작성해 다음날 아침 정각 8시까지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그날 저녁 참모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박 대령을 술집으로 데리고 갔다. 쉴 새 없이 술잔이 오갔다. 참모들은 번갈아가며 청암에게 술을 권했다. 그러나 그의 주량은 따라올 자가 없었다. 술에 취해 먼저 나가떨어진 것은 참모들을 그는 일일이 숙소까지 데려다주고 사무실로 돌아와 동이 틀 때까지 보고서를 작성했다. 



다음날 아침 8시 청암은 사령관실에서 박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나타난 박소장은 깜짝 놀랐다. 빈틈없이 완벽한 브리핑을 듣고는 더더욱 놀랐다. 박정희는 “아니, 자네는 무쇳덩어리인가? 어젯밤 그 많은 술을 퍼마시고도 혼자 남아 뒤처리까지 다 했다면서? 그러고도 이렇게 완벽한 브리핑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나?” 술자리에 참석했던 참모 중 한 사람이 이미 상황을 보고했던 것이다. 박 소장은 만족했다. 의지와 정신력, 책임감. 모든 면에서 시험에 통과한 것이다. 청암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더욱 깊어진 것은 물론이다.

이후 종합제철소 건설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지만 성공의 바탕에는 이들 두 사람의 신뢰와 존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후, 4반세기 대역사를 마친 청암은 국립묘지를 찾아 박대통령과의 인연과 신뢰가 대역사의 밑거름이 됐음을 밝혔다고 한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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