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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기의 마흔, F세대> ④58 vs. 70년생 개띠: ‘일그러진 영웅’ 58년생과 ‘행복이 성적순 아닌’ 70년생
58년 개띠의 삶과 70년 개띠는 위-아래 양쪽으로 좋은 소리 못듣는 ‘낀 세대’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살아온 시대적 흐름과 경험은 확연히 다르다.

58년생(77학번)은 민족주의자 조봉암이 간첩 혐의로 구속되는 등 메카시 열풍이 지배하던 해, 태어나 긴급조치로 암울하던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청년기에는 전두환 신군부에 저항해 1980년 민주화운동의 핵심동력이 됐다. 1987년 6월항쟁때엔 넥타이를 메고 나서면서 시민운동의 새 장을 열었다. 하지만 ‘일이나 하지 동생들 시위에 왜 끼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F세대(1966~74년생)의 중심인 70년생(89학번)은 경부고속도로가 놓이고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던 경제부흥기에 출생해 제국주의식 교복, 요즘 중고생의 신사 숙녀복형 교복 등 한번도 교복을 입어보지 못했으며, 선배들이 민주화운동을 마무리하고 사회주의가 붕괴하던 시기 청년기를 맞았다. 386세대와는 달리, 화염병 등 완력에 의한 변화엔 그리 익숙치 않다.

영화로 치면 58년 개띠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같은 상황에서 성장했고, 70년 개띠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등장인물과 비슷한 정서를 보유한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58년 개띠는 부모를 모시면서도 ‘88만원세대’인 자식들을 어느정도 건사해줘야 하는 이중고를 겪지만, 70년생은 모시지도 않고 부양받지도 않는다는 점은 다르다.

경제성장에도 주역이 됐던 58년 개띠는 현재 기업의 중역을 맡고 있거나, 수차례 경제위기때 정든 직장에서 떠나 자영업을 한다. 은퇴를 2년가량 앞두고 있지만 ‘오륙도(오십육세까지 직장에 붙어있으면 도둑)’라는 풍자가 남의 얘기로 듣리지 않는 ‘백수’도 3분의1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0년생은 어렵게 취직한 후엔 내집마련 저축 보다는 차에 관심이 많았다. 자유와 낭만, 다원주의를 지향하지만 50~60대 선배들의 사회 운영방식이 맘에 들지 않았으며, 부동산 벤처붐 등 앞세대가 떡고물을 챙겨먹고는 자녀 사교육비 증가 등 부담만 남겨놓은 점은 늘 불만이었다. 이들은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때 2030과 합세해 무소속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 몇몇 구닥다리 선배는 ‘마흔이나 먹고 동생이나 조카같은 사람들과 똑같이 논다’고 꼬집기도 했다.

두세대 모두 선배들한테는 ‘철없는 성년’으로 배척당하면서도 후배들과 친하려고 했던 것 같다. 고교평준화 1세대로서 대입때만 치열했을 뿐 고입,취업 등은 수월했던 58년 개띠들은 대학 예비역4학년때 신입생이던 65년생과도 어울렸고, 70년대생의 제일 고참이자 비교적 손쉽게 취업한 마지막 연령대인 70년생은 동생들과 대중문화, 세계화마인드 등을 공유했다.

하지만 군부독재 타도가 가장 큰 민주화의 목표였던 58년생은 후배들의 통일,자주화,노동해방 주장을 ‘성급한 생각’으로 여기며 생각의 차이를 노출했다.

‘상식이 통하고 문화가 넘치는 사회’를 지향하던 70년생은 흑백논리에 익숙한 ‘386세대’ 형들 보다는 융통성이 있었지만 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추진력은 보여주지 못했고, 자신들의 대학졸업때와는 달리 취업난을 겪던 후배들이 도구적 지식에 매몰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

두 연령 모두 100만여명이 태어났지만,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남성 자살률이 가장 높은 58년생은 75만명 정도가 생존해 있고, 70년생은 89만명이 살아있다. 주목받는 생년이라 그런지, 유난히도 그들만의 결속력이 강하다.

<함영훈 기자 @hamcho3> abc@heraldcorp.com

 
58년생 개띠 무렵의 연령대가 청소년기에 겪었음직한 내용을 담은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 장면.

자유를 희구하는 1970년 전후 태생 청소년들의 꿈을 그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한 장면. 남자주인공 김보성은 1966년생, 이미연은 1971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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