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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대인배가 되지 못했다
KBS는 대인배가 되지 못했다. 잔칫날 김병만에게 ‘빈손’으로 돌려보낸 건 큰 집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비록 김병만이 다른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도 형님된 심정으로 그를 껴안아야 상의 공정성도 확보되고 사람도 잃지 않는다.

물론 KBS 입장에서 보면 이해되는 면이 있기는 하다. ‘개그콘서트’에서 잘 키워놨더니, SBS로 가 ‘키스 앤 크라이’ ‘정글의 법칙’을 했고, 가지 말라던 종편에까지 갔다. KBS에서는 죽 쒀서 개 준 것 아니냐는 기분일거다. KBS에서 김병만은 괘씸죄에 걸린 거다.

하지만 그럴수록 KBS는 올해 예능에서 기여도가 가장 높은 김병만에게 대상을 주고 축하해주었다면 다시 KBS에 돌아올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었고 대인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만약 김병만에게 대상까지 주기 싫었다면 공로상이나 특별상이라도 하나 줘야지(이것도 말은 안되지만) 시상식 내내 뻘줌하게 앉혀놓는 건 한참 잘못됐다. 김병만이 출연하는 KBS ‘가족의 탄생’에서 김병만의 촬영이 진행될지 의문이다.

KBS가 24일의 예능대상 시상식에서 그런 감정이 개입되다 보니 곳곳에서 무리수가 나타났다. 엄면히 올해 대상 후보자는 유재석 신동엽 김병만 이승기 이경규, 다섯 명으로 발표돼있었다. 대상 시상식에 시상자로 오른 KBS 사장이 대상 수상자를 발표하기 직전에는 후보들을 담은 VCR을 보여주는 게 관행이다. 여기서 뜸을 들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곧바로 대상 수상자를 후보에도 없는 ‘1박2일’ 팀이라고 발표해버렸다.

이날 대상수상자 발표후 김병만은 “대상을 받아, 자격이 되느냐는 소리를 듣는 것도다 훨씬 더 홀가분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지만 어찌 섭섭함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는 이날 새벽 4시까지 술을 먹었다.

KBS 예능대상의 주인은 시상식 하루 전날에야 결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트로피 5개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상은 단체에게 주어졌는데 이승기만 트로피를 받았다. 이번 대상 트로피는 누구 집에 갖다놓아야 할까?

당초 대상후보에서 빠져있던 이수근은 최우수상과 대상까지 거머줘 ‘최대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KBS 예능에서 기여도가 높았던 ‘해피투게더3’는 ‘무관’이 됐다. 올해는 활약이 부진했던 ‘남자의 자격’이 양준혁(신인상) 김태원(특별상) 전현무(최고엔터테이너상) 등 3명의 수상자를 내는 동안 ‘해투3’ 팀은 아무도 불려지지 않았다.

‘해투3’는 비교적 높은 시청률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끌고 왔으며 최근 무대를 옮기고 G4를 투입하는 포맷 전환으로 노후된 이미지를 벗어던지며 새롭게 상승세를 맞이하고 있다.

박미선은 최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고 신봉선도 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항상 분위기를 띄우며 프로그램을 살리는 박명수와 유재석은 아무런 상을 받지 못했다. ‘해투3’의 팀리더인 유재석은 팀원들을 달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한마디로 KBS의 올해 연예대상은 자충수였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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