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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박스> 캐디라는 직업
여긴 전라도입니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차문을 열지 못해 4일째 방안에서 빈둥거리다가 낮잠 실컷 자고 났더니 야심한 시각에 잠이 안 오네요.

요즘 생각이 참 많았습니다. 캐디를 그만두고 잠시 외도를 하고 공부도 하면서 진정으로 10년 넘게 해 온 캐디일에 대해 새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캐디가 진정 서비스인일까요?

늘 교육생들 교육시키면서 진정한 서비스인이 돼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생각해 보니 캐디 생활 6개월 이상만 지나면 어느새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워 나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아닌가요?

다른 서비스 업종 같으면 “고객은 왕이다” 이런 타이틀로 고객을 상대하지만 우린(저만 그랬을 수도) 어떤가요. 때론 칭찬하고 격려하고 때론 질책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고 때론 유머러스하게 고객을 리드하고 있었던거 아닌가요?

또 고객들도 캐디 비위를 적당히 맞춰주며 조금 시건방진 캐디를 보아도 그 캐디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밥도 사주고(물론 그늘집) 음료도 챙겨주고 일반적인 서비스 업종에서 고객이 눈치보는 경우는 없지 않나요, 캐디 말고 또 있나요?

오죽하면 골퍼들 사이에 평생 세 여자 말만 잘 들으면 인생이 편하다고 하겠어요. 집에서는 마눌님, 길에서는 네비님, 골프장에서는 캐디님 ㅎㅎ. 골프장 생활 3년 정도면 어느 리더 교육원에서 할 수 있는 웬만한 교육은 다 배우는 거 같아요.

사실, 저는 캐디일을 처음 시작하고 한동안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직업에 대한 말을 못했습니다. 사회의 편견과 직업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죠. 일을 할 때만큼은 행복했지만 막상 누가 직업을 물으면 쉽사리 답변을 못하겠더라구요.

하지만 캐디란 직업을 떠나고 시간이 흐른 후에서야 내가 얼마나 좋은 직업을 가지고 그 속에서 얼마나 귀한 걸 배우고 있었나 절실하게 느낍니다.

지금 캐디 그만두신 분들 중에 어디가서 미움받거나 괄시받는 분들 보셨나요? 

<쎄듀골프서비스연구소 차돌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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