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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도 게임은 자율규제…한국만 역주행”
여러 부처가 달려들어
사용시간까지 제한

2조 달하는 수출규모 불구
‘한류=K팝’ 국한 안타까워

게임행동 뇌연구포럼 발족
폭력성과 상관관계 검증

“폭력게임 판매를 주정부가 금지할 수 있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이 위헌 판결을 받았다. 캐나다는 콘텐츠 산업 확대와 청년 고용 효과를 감안해 게임사에 세제를 적극 지원한다. 심지어 엄격하던 중국도 게임에 대해 자율규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그런데 한국은 복수의 부처가 달려들어 게임을 심의하고 심지어 사용시간을 제한한다. 이게 현실이다.”

게임업계 종사자의 단순한 넋두리가 아니었다.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 그리고 게임에 대해 한쪽으로만 비춰지는 지금의 상황을 누구보다 우려하는 게임산업협회 최관호 회장<사진>의 냉정한 설명이었다.

학교폭력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각종 게임 규제가 적용되면서 게임업계 전반에 상실감이 짙게 깔린 가운데, 업계를 대변하는 자리를 찾아 종횡무진하고 있는 최 회장. 지난 7일 부산의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 개소식에 방문한 그를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최관호 회장은 “현재 게임의 한 해 수출 규모는 2조원에 달하고, 수출하는 문화콘텐츠에서 게임의 비율이 과반을 훨씬 넘어선다. 한류라고 하면 K-팝과 영화ㆍ드라마가 전부인 양 인식되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문화콘텐츠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알려진 것보다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게임의 한 해 수출 규모는 2조원에 달하고, 수출하는 문화콘텐츠에서 게임의 비율이 과반을 훨씬 넘어선다. 한류라고 하면 K-팝과 영화ㆍ드라마가 전부인 양 인식되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게임이 청소년들의 폭력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데 대해 최 회장은 “명확하고 객관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으레 당연한 것’이란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게임산업협회는 게임과 청소년의 폭력성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검증할 수 있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최 회장은 “우리가 비용을 대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정말 게임 부작용이 심각한지 연구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결과의 유ㆍ불리는 다음 문제다. 내달 게임 행동 뇌 연구포럼(가칭)을 발족해 연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포럼 결과를 활용한 게임 개발도 구상 중이다. 게임과 교육의 관계가 밝혀진다면 두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른바 ‘기능성 게임’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게임사들은 병원에서 아동 치료용으로 쓰일 게임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한자 교육 등 학습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게임물을 제작하는 회사도 계속 늘고 있다. 최 회장은 “게임사들이 공동 출자한 게임문화재단에서 기능성 게임 제작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초입에 들어선 게임 과몰입 치료센터에 대한 운영 방침도 밝혔다. 게임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센터는 지난해 6월 서울 중앙대병원을 시작으로 호남권 센터(전주), 영남권 센터(부산)까지 세 곳에 문을 열었다.

최 회장은“센터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게 물리적으로 쉽지 않아 예방교육→ 1 대 1 상담 → 병원치료 등 3단계로 이어지는 노하우 전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게임 한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홍보 마케팅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협회 내에서도 그동안 엔지니어 관점에서 개발에만 몰두해 덩치를 키우는 데만 주력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게임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작(多作)’이 가능한 환경 조성이라고 최 회장은 강조한다.

글로벌 경쟁국들이 자국업체 보호에 속속 들어가는 마당에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콘텐츠로 승부해야 하는데 결국 그런 콘텐츠는 다양성에서 피어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규제 중심의 어떤 산업도 다양성과 멀어진다. 상황은 어렵지만 다양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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