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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승부조작, 프로 스포츠에만 있을까?
밖으론 생존경쟁 내몰리고

안으론 정치권에 난타 당해

작금의 기업 발목잡기도

또 하나의 승부조작 아닌가


“최후에 살아남는 자는 가장 강한 자도, 가장 지능 높은 자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자다.” 찰스 다윈이 100년 전에 한 얘기다. 다윈은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최근 만난 한 기업인도 똑 같은 말을 했다. 지옥 같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독하게 강해져야 한다고.

그런데 주변 환경을 보면 그게 만만치 않다. 일례로 글로벌 IT 시장을 보자. 현 시점에서 최강의 상대는 애플이다. 최근 무서운 속도로 세계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북미시장 점유율은 50%가 넘어섰다.

무자비한 밀어내기에 천하의 삼성전자도 재고 고민을 해야 할 판이다. 애플에 수조원의 반도체를 파는 한 협력사인 삼성전자 역시 밖으로 공개는 안 됐지만, 매번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받고 있다고 한다. 실무자가 삼성전자 대표에게 메일을 보내 “왜 아이폰 론칭을 방해하느냐”고 항의했다는 얘기도 회자됐다.

애플의 예봉을 피한다 해도 구글이라는, 어쩌면 더 거대한 벽이 될 상대가 버티고 있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경영신조가 무색하게, 늘 열려 있는 듯 하면서도 폐쇄적이고 뭔가를 늘 챙기는 듯한 구글에 오싹한 긴장감을 떨칠 수 없다고 거래기업들은 말한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도요타가 오히려 더 강해져 돌아와 우리 기업들을 압박한다. 미래 자동차에 대한 원천 기술이 약해, 디자인과 규모의 경제로 버티고 있는 우리 기업들엔 큰 부담이다. 최근 기지개를 켜는 듯 하지만, 조선 수주 역시 전망이 불투명하고, 철강은 일본 스미토모를 중심으로 한 세계 2위 철강사 탄생을 목전에 두는 등 살벌한 생존경쟁이 한창이다.

이번에는 안으로는 눈을 돌려보자. 선거와 정치라는 공룡이 가로막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정치 구호가 난무하고, 표 하나 주우려는 비현실적인 얼치기 법안들이 매일 국회에서 발의된다.

저축은행에서 손해를 본 피해자들을 구제한다며 법정 예금보호한도(5000만원)를 초과한 부분까지 찾아주겠다고 난리다. 중기 연대보증제 폐지도 간단치 않다. 금융기관들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정교한 어프로치가 없다. 되레 금융기관에서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판에는 귀를 막고, “우리가 중소 상공인들 살려 냈다”며 자화자찬이다.

근로시간 단축도 노사 자율합의만 믿고 뒷짐이다. 현대차 노사가 주간 2교대제 시행을 약속했지만 집행부가 바뀐 노조 측의 어깃장으로 죄다 틀어질 판이다. 생색은 정치권이 내고, 피해 뒷수습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다. 돈 들어가는 법안만 연일 찍어내는 국회에 재정파탄은 안중에도 없다.

기업들은 움츠릴 수밖에 없다. 인열폐식(因咽廢食)이다. 목메는 것이 두려워 밥을 먹지 못한다. 작은 장애가 두려워 중요한 일을 하지 않는다. 이래서야 쫓기듯 내놓은 투자계획이나 고용 확대 약속도 지켜질지 의문이다.

최근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는 승부조작 파문이 일파만파다. 축구 배구 등에 이어 이젠 프로야구까지. 당연히 국민들은 분노한다. 그렇지만 승부조작이 어디 스포츠에만 있으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많은 기업 난도질, 기업 발목잡기 역시 거대한 승부조작이 아닐까? 기업의 잘못도 명백히 처벌해야겠지만, 매카시즘 식으로 무조건 기업을 매도하고 뒷다리 잡으려는 행위 역시 없어야 한다. 이런 게 공정한 승부를 가로막는 승부조작이 아닌가.

사람이 저지르는 잘못 중에서 가장 큰 잘못은 그 잘못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인은 물론 정치인, 행정가들도 그 말의 의미를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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