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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폭력의 책임, 왜 만화ㆍ게임에 돌리냐”
관련업계 정부의 유해물 지정 반발

정부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학교 폭력 사태의 책임을 웹툰(온라인에 게재되는 만화)과 게임 등 콘텐츠에 물으며 심의 강화 등 강도높은 규제책을 꺼내들자 관련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만화계는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3개 웹툰에 대해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 관련 사전통지’를 보낸 것과 관련, ‘방심위심의반대를위한범만화인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윤태호 백정숙)를 꾸리고 변호사를 선임한 뒤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태호 비대위원장은 28일 “만화계가 똑같은 실패와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인식을 같이 하고 조직력있는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며 지난 27일 발족한 비대위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공동 비대위원장을 맡은 우리만화연대 백정숙 부회장은 “작가들 스스로가 이번 사태를 생존의 문제로 느끼고 있다”며 “설사 방심위가 이번 조치를 취소한다고 해도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지난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방심위의 23개 웹툰 심의에 항의하는 거리 기자회견과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웹툰 ‘신과 함께’의 만화가 주호민 씨는 “학교 폭력의 책임을 만화와 게임에 묻는 분위기 속에 만화계가 또 한번 두들겨 맞고 있다”며 방심위를 비판했다.

앞서 방심위는 학교 폭력이 사회 문제로 논란이 되자 야후 코리아 웹툰 ‘열혈초등학교’를 유해 만화로 제재했다. 해당 작품은 야후 코리아 측에서 작가에게 통보한 후 삭제됐다. 방심위는 이후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됐던 만화가 이윤균 씨의 ‘전설의 주먹’, 박용제 씨의 ‘쎈놈’ 등 모두 23개의 작품에 대해 유해매체로 지정 예고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다른 장르의 폭력성에는 무심하던 당국이 유독 만화의 폭력성을 공격한다”면서 방심위의 이번 조치가 부당함을 주장했다. 만화가협회 제효원 사무국장도 “만화 규제의 심의를 영화나 드라마에 적용하면 상영·방송될 수 있는 작품이 없을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실제 지난 26일 이윤균씨가 비대위 공식 블로그 노컷웹툰(nocut_toon.blog.me)에서 15세 판정을 받은 조폭영화와 유해매체 지정 웹툰을 비교하는 글을 올려 방심위의 부당함을 꼬집은바 있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만화시장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작품은 광고는 물론 성인인증 절차 없이는 페이지에 접근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다음과 네이버 측은 이런 제재로 작가들이 창작활동시 자체 검열을 하는 등, 심리적 위축이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한편 방심위는 이달 말까지 해당 웹툰 작가들의 의견을 들은 뒤 오는 3월 통신심의소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 유해매체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청소년유해매체로 최종 지정된 작가와 작품은 여성가족부가 발표한다.

〈박혜림 인턴기자mne1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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