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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계투자’ 절대수익의 유혹
통계적 데이터 중심의 첨단 IT매매 기법…효율적 리스크 관리로 젊은부자·고액자산가 몰려
지표 분석·실제 매매까지
컴퓨터가 알아서 결정
초보 투자자엔 제격

레버리지 높은 파생상품
시스템트레이딩 접근땐
하락장서 손실방어 장점

속사포식 치고 빠지는 HFT
시장등락 무관하게 수익 추구
전용선 이용 소수특혜 논란
북유럽 등선 점유율 60% 달해


하루에도 몇 번씩 수익률을 확인하고 엉덩이를 들썩인다. 수익이 조금만 나면 팔고 싶은 마음이 30초마다 치미면서 결국 큰 수익을 못 본다. 반면 떨어지고 있는데 차마 손실을 볼 수 없어 들고 있다가 손실을 키운다. 그러다 보니 결국 받아든 투자 성적표는 ‘마이너스(-)’다. 버틸 것을, 팔아버릴 것을 후회해도 늦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이 아니라면, 아니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이라도 모든 투자자의 마음은 한결같다.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투자자의 심리라는 것도 괜한 말은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투자수익률을 계산하고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한다면 심리적 영향을 싹 거둬낸 ‘기계투자’에 눈길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스스로의 주관적 판단이나 감정에 자신이 없다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북미나 유럽 등 자본시장이 일찍부터 발달한 선진국에선 이미 이 같은 기계투자, 이른바 ‘시스템 트레이딩(System Trading)’이 일반화돼 있다. 우리가 주식거래에서 프로그램 매매라고 부르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계량 데이터를 입력해 자동 매매하게끔 만드는 기법인 시스템 트레이딩은 특히 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갑작스런 하락장에서 헤지(hedgeㆍ위험분산)하는 수단으로 선호된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이후 북미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 끊임없는 글로벌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시스템 트레이딩 고객도 크게 늘었다.

10년째 시스템 트레이딩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정문재 하이투자증권 부장은 “시스템 트레이딩은 주로 선물옵션 시장에서 활용된다. 금융공학에 기반해 통계학적으로 검증된 전략(로직)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매하기 때문에 코스피지수와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직에 따라 투자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퀀트펀드와 비슷하나 주식시장 흐름과 무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더 효율적”이라며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하락장에서도 파생상품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낸 이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금융자산이 어느 정도 되는 VIP고객들을 중심으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퀀트펀드는 계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 전망을 예측하지만, 시스템 트레이딩은 지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매 타이밍까지 컴퓨터가 정하고 실제 매매에 나선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하는 고액자산가들뿐만 아니라 IT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에 관심을 넓힌 젊은 부자들, 퇴직 후 퇴직금 운용을 위해 관심을 갖고 있는 50~60대 등 고객층도 다양화됐다.

레버리지가 높은 파생상품의 특성상 투기적으로 접근할 경우 변동성에 큰 손실을 볼 수 있으나,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하락장에서 손실을 방어하면서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고 주식시장 급등 시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어서, 상승폭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시스템 트레이딩에 사용하는 로직은 어떻게 설정할까.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을 가진 고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월 수수료를 내고 수익률에 근거해 패키지 형식으로 내놓은 증권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같은 시스템 트레이딩이 가능한 증권사는 대우증권, 대신증권, 우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이다.

그런가 하면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실시간 데이터로 속사포처럼 사고팔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컴퓨터 거래도 있다. 이른바 ‘하이프리퀀시 트레이딩(HFT·High Frequency Trading)’이다. 이 역시 시스템 트레이딩처럼 미리 정해진 조건에 따라 주문을 넣되, 전용선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주문을 수천번 반복하면서 시장등락과 무관하게 수익을 올린다.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의 스캘퍼도 같은 개념이다. 레버리지가 큰 ELW 시장에서 ‘속도’는 손익결정에 중요한 요소인데, 전용선을 이용해 일반투자자보다 유리한 요건을 가진 HFT를 이용하는 스캘퍼를 제한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요지다.

그러나 이는 선진국 시장에서 이미 일반화된 투자기법이다. 박태준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용선을 가지고 고빈도 매매에 나서는 것은 투자기법 중 하나”라며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HFT 회사는 자기자본과 한층 진보된 초고속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해 일부 유럽 주식시장의 점유율이 60%에 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HFT를 통한 주식거래 가치는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및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시장에서 1700억유로로 전년 대비 무려 97%라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빠른 성장세에 대한 규제책도 논의되고 있다. 특히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업계 일각에선 알고리즘 매매에 따라 반복되는 주문이 한 방향으로 몰릴 경우, 시장 하락 시 급속히 붕괴할 수 있으며 불공정 거래의 소지도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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