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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와 만난 패션…촌스러우면 진다
부동층 공략위해 패션 센스는 필수 덕목…전문지 우먼스웨어데일리, 美공화당 경선후보 감각 평가 눈길
깅리치 前 의장 ‘C-’

반소매 셔츠에 주름바지 혹평

불룩한 허리에 벨트까지 낙제점

날씬해 보이려면 슬림한 셔츠를


릭 페리 주지사 ‘B+’

슈트 상의 어깨선 강인함 표현

빨간넥타이로 정통 공화당 강조

조이는 소매는 불편한 인상 심어


패션전문가들의 조언

색상 이미지 결정에 가장 중요

대중 앞에 설 땐 녹색은 금물

옅은 보라색이 젊은 층에 어필



1960년 9월 26일 미국 시카고. 존 F 케네디 민주당 대선 후보와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가 격돌했다. 사상 최초의 TV 토론회다. 모든 미국인의 이목이 쏠린 ‘이벤트’였다. 승자는 케네디였다.

얼굴이 잘나고 못난 게 승부를 가르지 않았다. 흑백 TV였지만, 이들의 패션 센스가 유권자의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케네디는 검은색 슈트와 푸른색 셔츠로 멋스러움을 강조했다.

반면 닉슨은 회색 셔츠와 슈트를 입고 수염도 깎지 않은 채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었다. 케네디는 시종일관 자신감을 뿜어냈다. 방송용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닉슨은 초췌하고 지쳐 보이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정치가 패션을 만나다= 바야흐로 정치와 패션이 만나는 시즌이다. 내년엔 러시아ㆍ프랑스ㆍ중국ㆍ미국에 이어 한국까지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 정책과 이데올로기를 아우르며 처절한 승부를 벌여야 하는 정치판은 이미지 전쟁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해야 한다. 이미지는 시각에 의해 구체화한다.

정치와 이미지, 시각의 접점은 패션이다. 진보든 보수든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길 원하는 정치인이라면 패션 센스는 필수 덕목이다. 좌(左)도 아니고 우(右)도 아닌 부동층을 공략해 중원싸움에서 이기려 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치인의 현실은 아득하다. 미국 패션전문지 우먼스웨어데일리(WWD)는 최근 공화당 경선 후보자의 패션에 점수를 매겼다. 내로라하는 인물이 낙제 수준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총체적인 패션 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단순히 넥타이 색깔로만 자신의 이미지를 어필하려는 초보적인 수준의 전략을 쓰는 듯한 인상이다.

한국의 대선후보를 가늠하긴 힘든 형국이지만,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려는 정치인과 이들을 평가하게 될 유권자 모두 참고할 만하다. 


▶공화당 경선후보의 패션은 낙제=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최근 치솟는 인기 속에 공화당 대선후보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패션에선 낙제점을 받았다.

WWD는 깅리치 전 의장의 사진 한 장을 분석하며 ‘C-’를 줬다. 캐주얼 셔츠와 바지 차림을 놓고 제대로 된 게 거의 없다고 했다. 반소매 셔츠와 베이지색 주름바지를 가르는 검은색 벨트가 혹평의 발단이다. 가뜩이나 불룩한 허리를 더 튀어나와 보이게 한다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연말이 되면 빨간 옷을 입고 수염을 달아 완벽한 산타클로스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WWD는 깅리치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일단 날씬하게 보이려면 짧고 슬림한 셔츠를 입고 좀 더 짙은 색의 주름없는 바지를 착용하라고 했다. 또 짙은 브이넥 스웨터를 입으면 허리가 더 얇게 보일 것이라고 했다. 통 넓은 바지는 금물이라고도 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의 사정은 조금 나았다. 최신 유행의 정장과 빨간색 넥타이의 힘을 알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B+’를 줬다. 또 카키색 슈트와 블루 셔츠를 입은 페리 주지사의 슈트 상의 어깨선은 그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잘 정돈된 머릿결은 완벽한 메이크업이라고 호평했다. 살짝 좁은 듯한 바지통은 그의 다리 실루엣을 길어보이게 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슈트 상의 스리 버튼은 갑옷 한 벌을 입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셔츠 끝단이 보이지 않는 너무 꽉 조이는 듯한 상의 소매 역시 불편해 보이는 인상을 줬다고 잡지는 평가했다.

▶넥타이 컬러로 이미지 홍보=세계적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은 상대방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색상이라고 했다. 미국 공화당 경선후보 역시 넥타이 색으로 이미지 홍보에 나서고 있다.

전형적 자수성가 정치인 릭 페리 주지사는 원색적인 빨간 넥타이로 정통 공화당임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네 번의 TV 경선 토론회에서 모두 빨간 넥타이를 맸다.

페리 주지사는 화려한 넥타이와 프렌치커프스(소매단을 접은 후 화려한 커프스링크로 장식하는 스타일) 등으로 자신이 자수성가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고 뉴욕포스트(NYP)는 설명했다.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 전 주지사는 평화와 안정을 상징하는 연한 푸른색 넥타이를 즐겨 맨다. 연한 푸른색이 정치인에겐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색깔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 사선의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자주 착용한다.

롬니 전 주지사는 최근 열린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타 후보와 다르다는 인상을 주려고 파랑ㆍ노랑ㆍ흰색의 삼색 줄무늬 넥타이를 맸다.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지난 11번의 TV 토론회 중 9차례를 칙칙한 밤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깅리치 전 의장은 넥타이 색보다는 지적 능력과 언변으로 이목을 끌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공화당 후보 모두 녹색 넥타이를 피했다는 사실이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설득력을 감소시킨다며 대중 앞에 서는 사람은 녹색 넥타이를 매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 모두 최신 유행 패션과는 거리과 멀다. 한 패션 전문가는 “공화당 후보가 매는 넥타이는 모두 폭이 약 9.5㎝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6~7.5㎝)보다 넓고, 최근 각광받는 옅은 보라 색상의 넥타이를 매는 후보도 없다”고 말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패션이 자신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최신 스타일의 넥타이를 착용한 정치인을 원하는 젊은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성원 기자ㆍ민상식 인턴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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