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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두워 사고나기 십상”…환경미화원들, 목숨걸고 ‘새벽 청소’[촉!]
최근 새벽에 서울에서 2명이나 사고로 숨져
환경미화원들 “겨울철 근무 시간 조정 절실”
“겨울 새벽 시간에는 어두워 추돌 위험 다분”
“야광조끼 등 작업복도 소용없어”
“사고 막으려면 인력도 충원돼야”
지자체는 “출근길 체증 탓 근무 조정 어렵다”
최근 서울 한 도로변에서 환경미화원이 쓰레기를 쓸고 있는 모습. [주성준 씨 제공]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최근 중랑구와 강북구에서 환경미화원이 차에 부딪쳐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들에 대한 안전 근무 실태가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도로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청소하는 가로 청소 작업을 하는 환경미화원에 대해 겨울철 근무시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9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환경미화원들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빛이 반사되는 야광 조끼를 입고 도로를 청소해도 어둠이 가득한 새벽 시간엔 무방비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보다 밤이 긴 겨울에는 이런 위험에 더욱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북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주성준 씨는 지난 15일 강북구 번동에서 작업 도중 사망한 환경미화원 A씨와 동료였다. 주씨에 따르면 A씨는 같은 날 오전 6시께 자신의 구역은 물론 연차를 나간 동료의 담당 구역까지 홀로 청소를 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했다.

주씨가 소속된 강북구청 환경미화원들의 새벽 근무 시간은 오전 6시부터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아직 어두운 시간대다. 주씨는 “야광 조끼를 입고 작업을 해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겨울철 새벽에는 여전히 어두워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광 리어카, 2인 1조 등 다양한 방법도 시도해봤지만 한정된 인력으로 출근 시간 전까지 작업을 마치기엔 역부족이어서 구역별로 환경미화원이 혼자 청소를 하는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2017~2021년 9월까지 최근 5년간 지자체·용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 산재접수 현황. [환경부 제공]

환경부에서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5년간 집계한 환경미화원(지자체소속, 용역업체) 산재접수 현황에 따르면골절, 상해, 사망 등으로 신청된 건수는 총 869건. 이 중 사망 사고는 2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는 무려 3.3%나 된다. 이 자료가 올해 9월까지 집계한 자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가 짧아지는 올해 10~12월 발생한 사고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3월 환경부에서 발표한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 사고형태별 유형에 따르면 도로변 청소를 도맡는 가로 청소의 경우 ▷눈·비로 미끄러운 노면에서 넘어짐 ▷오염물질 노출에 따른 질병 ▷차량 추돌 등의 사고가 있었다.

실제 강북구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이틀 전인 지난 13일에도 서울 중랑구에서 환경미화원 B씨가 가로 청소 도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지는 일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하철 화랑대역 인근 도로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던 중 지나가던 차에 치여 숨졌다. 해당 사건 역시 운전자가 도로변을 청소 중이던 환경미화원을 미처 보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

어두운 시간을 피하기 위해 겨울철 새벽 근무 시간을 조정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헛수고였다. 새벽근무를 늦추면 출근을 하는 시민들과 겹쳐 도로 체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였다. 경기 구리시에서 환경미화 업무를 하는 정재원 씨는 “새벽이 아닌 아침으로 근무 시간을 미루면 출근길과 겹쳐 교통이 불편해진다고 (시에서)이야기하더라”며 “아울러 아침에 도로변이 깨끗하지 않은 모습을 보고 민원을 넣는 시민들도 있다고 해서 어렵다고 하더라”고 하소연했다.

환경미화원들은 향후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동절기 새벽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인력 보충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의왕시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손재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자치단체공무직본부 사무처장은 “의왕시의 경우 노조의 건의로 동절기 새벽 근무 시간을 바꿨다”며 “해가 다 뜬 시점인 오전 8시에 업무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손 처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밝은 시간에 환경미화원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동절기만큼은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 해가 뜬 시간에만 작업을 시작해도 사고율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벽 근무 시간을 늦추면 출근 시간과 겹친다고 하는데, 우리가 출퇴근 시간에 하루 종일 도로에서 일하는 게 아니지 않나. 안전이 우선이지 교통이 우선인가”라고 반문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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