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 성장’의 덫에 걸린 유통업계…일본형 장기 침체로 가나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1.7%. 1.5%. 1.2%.

백화점들의 매출 신장률이 1%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지난해 실적에서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대형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불황을 맞아 고전중인 대형 유통업체들이 아예 일본의 사례처럼 장기 침체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올랐다. 현대는 1.5%, 신세계는 1.2% 신장했다. 각종 할인 행사를 쏟아내며 반짝 특수를 노렸던 세일 실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22일로 막을 내린 봄 정기세일에서 롯데 2.7%, 현대 1.5%, 신세계 2.1% 신장에 그쳤다.

대형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마트의 올 1분기 실적은 전기보다 5% 신장한 수치다. 롯데마트도 올해 들어 매달 4%대의 신장률을 기록중이다. 그러나 물가인상분이 3%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1%대 성장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체들은 ‘1% 성장’의 원인으로 ▷불황 ▷이상기온 ▷저렴한 가격대 상품으로의 소비자 선호도 이동 등을 꼽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온 불황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지난해 초 유럽 등 외국에서 불거진 경기 침체가 국내로 영향을 미치면서 하반기께부터 유통업체들의 부진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매출 신장률이 20%대였던 백화점들이 10월부터 한 자릿수로 성장세가 꺾였다.

간절기가 사라지고 겨울과 봄만 남은 이상기후도 유통가에서는 악재로 꼽힌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봄 상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소비자들이 이제 여름 상품을 찾기 시작해, 봄 신상품들은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 됐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이른 여름의 등장이 반갑지 않다. 여름 상품은 봄 상품보다 단가가 낮기 때문이다. 보통 10만원대의 여성 원피스를 선보이는 영캐주얼 브랜드에서 여름 주력 상품은 5만~6만원대의 티셔츠나 8만원대의 바지, 치마 등이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낮은 가격대의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은 유행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SPA 브랜드로 빠지고 있다. 40~50대 소비자들도 외모를 젊게 가꾸는 경향이 있어 디자이너 브랜드보다 영캐주얼 브랜드를 선호한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지난달 25일 디자이너 브랜드인 ‘안혜영’이 매출 감소 등의 악재를 견디지 못하고, 고별전을 치르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40만원대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를 보던 중년 여성 소비자들이 15만원대 영캐주얼 의류를 찾기 시작하니, 자연히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백화점들은 파격 할인 행사 등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 목동점은 오는 8일까지 ‘컨버스’의 신발, 의류 등을 최대 60% 저렴하게 판매한다. AK플라자 수원점에서는 ‘에트로’ 등 해외 유명 브랜드까지 세일에 나서기도 했다.

가두점으로 빠진 젊은 소비층을 잡기 위해 SPA나 편집매장 등을 확충하는 것도 실적 만회를 위한 백화점들의 노력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19일 개장한 의정부점에 ‘유니클로’, ‘갭(GAP)’ 등 가격대가 저렴한 SPA 브랜드를 대거 들여왔다. 1층에는 ‘이니스프리’ 등 중저가 화장품 매장도 마련했다.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현대는 지난 2일 온라인몰 11번가와 손잡고, 3만개의 자사 상품을 11번가를 통해 판매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 침체 때문에 향후 실적에 대해 밝은 청사진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마트는 매달 2회 의무휴업, 심야 근무 금지 등의 규제까지 얽혀있어 성장성이 더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ate0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