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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 편익위한 서비스 협력이 관건…프롭테크 공인중개업계와 공생방안 찾아야” [부동산360]
안성우 직방 대표 김진유 경기대 교수, 헤럴드경제 본사서 대담
국내 프롭테크산업, 기존 업계와 갈등에 성장 정체
안성우 “소비자가 원하는 건 직거래…변화는 큰 흐름”
“중개업계와 공존모델 이제 시작단계"
김진유 “중개업계 간 균형을 찾으면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정부 차원 수익 배분 기준 조례, 지원 부서도 필요”
안성우(왼쪽) 직방 대표와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프롭테크산업 발전과 기존 중개업계 공생을 화두로 대담을 나눴다. 박해묵 기자

[사회=박일한 건설부동산부 팀장, 정리=민상식·이민경 기자] 지난달 26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 한국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창업자들이 모였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K+벤처(K애드벤처)’ 행사 참석을 위해서였다.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을 뜻하는 ‘property’와 기술 ‘tech’의 합성어)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안성우 프롭테크포럼 의장(직방 대표)은 5분짜리 짧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프롭테크는 공간과 부동산을 기술로 혁신하는 산업”이라고 소개했다. “직방은 오프라인 사옥을 아예 없애고 전 직원 400명이 모두 ‘메타버스(IT로 구현한 3차원 가상세계)’ 사무실로 출근해 근무하고 있다. 이젠 교통이 아닌 네트워크를 통해 통근을 한다. 국가 균형발전을 작게나마 실현하고 있다”는 대목에선 문 대통령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손뼉을 치는 모습도 보였다.

K+벤처 행사 다음날인 27일 오전 안 의장은 백팩을 메고 서울 용산구 후암동 헤럴드경제 본사를 찾았다. 김진유 한국주택학회 프롭테크빅데이터연구소장(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과 ‘프롭테크산업의 방향’에 대한 대담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안 의장은 “프롭테크는 전 분야가 다 유망하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중개업계 등 기존 산업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받아쳤다.

급변하는 부동산시장의 최전선에서 프롭테크산업을 이끌고 있는 젊은 기업가와 프롭테크를 연구하는 학자는 부동산시장의 변화와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 미래 시장의 변화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를 펼쳤다.

-어제 청와대 프레젠테이션을 유튜브로 잘 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상당히 즐거워 보이더라. 프롭테크산업의 제도적 걸림돌을 좀 제거해 달라고 하지 그랬나.

▶안성우 의장(이하 안 의장)=솔직히 아직 걸림돌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이제 시작 단계여서다. 직방은 중개업계와 공존하는 게 사업모델이다. 모두 현행법 틀에서 하는 사업이다. 아직 뭔가 걸림돌을 만나기도 전 수준이란 이야기다. 정부도 이제 막 프롭테크를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다.

▶김진유 소장(이하 김소장)=금융 쪽엔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를 지원하는 부서가 있다. (금융위원회 핀테크지원실, 핀테크지원센터) 관련 부서가 있으니 관련 제도가 만들어지고, 지원 방향 등이 계속 나온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엔 아직 프롭테크를 지원하는 부서가 없다. 우리나라 프롭테크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해외 주요 기업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정부 지원은 한참 못 미친다. 이제 막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를 밀어줘야 하는데 ‘알아서 타’라고 하는 ‘터프한 아빠’라고 할까.

▶안 의장=모든 게 이제 시작 단계다. 그런데도 변화는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기존 부동산시장에 기술이 접목되고 있어서다. 예컨대 자동문도 사물인터넷(IoT)의 하나라고 보면 프롭테크다.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 수 있게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기술을 원격으로 통제하는 것만으로 공간에 대한 경험과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프롭테크가 앞으로 할 일이 굉장히 많다.

안성우 직방 대표(왼쪽)와 김진유 경기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대담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김 소장=국내 프롭테크 스타트업 매출액은 2019년 7000억원 정도였는데 지난해에 1조원을 넘었다. 1년 만에 50% 정도 상승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상승률을 적용하면 1조원이 5조원이 되는 데 3~4년, 5조원이 10조원이 되는 데 2년이 걸릴 것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선 몇 년 사이 매출액이 200% 늘어날 수는 없다. 반면 방탄소년단 음악을 듣는 이들이 200% 늘어나는 건 한 달 만에도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프롭테크는 소프트웨어산업이기 때문에 단기간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프롭테크산업 규모가 커지면 기존 산업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개업에 진출한 직방과 공인중개사협회와의 갈등이나 인공지능(AI) 기반 부동산 가치산정 스타트업 ‘빅밸류’와 감정평가사협회 간 소송전은 ‘제2의 타다’ 사태로 통한다.

▶김 소장=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에서 프롭테크가 성장하느냐 없느냐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산업과의 부드러운 관계다. 특히 라이선스(자격증) 등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산업 분야에선 더욱 그렇다.

▶안 의장=중개업시장에 대해 말씀드리면 상황은 점점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이미 ‘중개시장을 없애버리겠다’는 취지의 서비스를 하겠다는 플랫폼이 여럿 나타났다. 해외에선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인 ‘질로우’ 같은 회사가 엄청난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만약 질로우가 질로우코리아를 설립해 한국에 들어온다면 가장 먼저 중개수수료를 건드리지 않겠나? 앞으로 5년간 중개수수료 안 받겠다고 선언하면 어떻게 될까. 중개업시장은 프롭테크기술 발전으로 점점 투명해지고 편리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변화할 것이다. 우리는 변화가 일어나는 5년 후, 10년 후에도 주요 플레이어로 남아 있기를 기대하며 일하는 것이다.

▶김 소장=요즘 택시업계나 숙박업·배달업 등에서 플랫폼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후 수수료를 높이는 걸 겪으면서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업들이나 소비자들의 불신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런 우려를 얼마나 완화시켜 나갈지가 관건이다.

-중개업계도 직방이 처음엔 중개업자와 수수료도 합리적으로 나누겠지만 나중에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후 대폭 올릴 것을 걱정하는 것 같다. 이건 단순히 우려인가? 우려라면 해소할 방법은 없나?

▶안 의장=글쎄, 어떻게 하면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알려 달라.(웃음) 우리도 내부적으로 회의 등을 통해 가장 강조하는 게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다고 함부로 수수료를 올리거나 사용자들 부담을 늘리지 말자’는 것이다. 그래서 직방이 부동산 매매 중개 프롭테크인 ‘온택트 파트너스’를 출범할 때 인센티브 등을 파격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처음에 시장 점유율을 올리려고 좀 무리해서라도 다양한 혜택을 줬다가 나중에 정상적으로 바꾸면 분명히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김 소장=기업이 내부적으로 다짐하고 약속하는 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지속적일 수 없다. 약속했던 사람이 대표이사직을 떠나면 어떻게 되겠나. 그건 기업이 약속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가 중개수수료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프롭테크기업이 라이선스를 가진 중개업자와 수익을 냈을 때 수익을 배분하는 기준을 조례 등을 통해 제시할 수 있다. 프롭테크기업의 시장 영향력이 점점 더 막강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제도화도 필요하다.

▶안 의장=프롭테크기업으로 인해 창출되는 새로운 기회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아시는 대로 공인중개사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46만명인데, 연간 2만5000~3만명이 새로 배출된다. 3년이면 10만명이 더 늘어난다. 그런데 자격을 따도 개업 중개업자 10만명을 제외하곤 놀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중개사 라이선스를 갖고 있지만 일을 못하는 35만명의 상황이 더 어렵다. 프롭테크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는 게 사실이지만 사실은 더 어려운 35만명에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최근 정부가 7년 만에 부동산 중개 수수료율을 내리면서 중개업계 반발이 심하다. 소비자는 소비자 대로 직거래를 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프롭테크가 중개업계와 상생할 방법은 없나.

▶안 의장=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직거래인 게 사실이다.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매물정보, 세무업무, 거래 솔루션까지 다 거의 무료 수준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여서다. 그러니까 ‘부동산 중개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그런데도 중개사들의 역할은 여전히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가격 네고(협상)’가 된다. 집을 사는 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결정인데 이게 한 번 잘못되면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의사결정을 잘못해서 쫓겨날 수도 있고 의사결정을 잘했지만 법적으로 잘못돼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매수 과정을 본인이 다 할 수 있지만 중개사의 도움을 받아서 그 도움에 대한 확신을 얻는 과정도 필요하다.

▶김 소장=같은 생각이다. 직거래는 바람직하지 않다. 직거래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누가 해결해 줄 것인가. 1억~2억원짜리도 아니고 전 재산이 걸린 문제다. 누군가는 보증을 해줘야 한다. 중개사들의 협상 역량에 따라 집값은 수천만원이 왔다갔다 한다. 아파트는 가구마다 인테리어 여부 등 정보가 다르다. 아무리 온라인 매물이 투명해졌다고 하지만 그 지역 중개업자만 파악하고 있는 정보나 세부 서비스가 있다. 그걸 프롭테크와 협력해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

▶안 의장=결국 중개업계와 프롭테크가 상생하는 기준은 가장 중요한 본질인 ‘소비자들의 편익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예상보다 타격이 적었던 건 배달시장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게 없었으면 라이더도 없었을 것이고 소상공인도 더 많이 문을 닫았을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프롭테크도 당장은 여러 갈등이 생기겠지만 더 중요한 건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이 얻게 되는 편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개업계도 우리와 생각이 비슷하다고 본다.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 소장=프롭테크 확장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오늘 주로 이야기한 중개업 영역뿐 아니라 부동산 개발, 설계, 부동산 금융, 건설현장 관리, 건물 관리 등 계속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다. 그중엔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영역의 부동산시장도 열릴 것이다. 예컨대 ‘디지털트윈(현실 물리적 세계를 디지털 가상세계에 똑같이 구현한 것)’을 통해 국내에 있으면서도 해외 건물의 ‘감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직방이 가장 먼저 용감하게 도입한 ‘메타버스 사무실’은 전 세계 기업인들에게 원거리 근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 산업들과 함께 파이를 키울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아무리 거부해도 세상은 이미 그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mss@heraldcorp.com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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