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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 내릴 때까지 내린 게 아니다…새해 경제전망① [홍길용의 화식열전]
증시 연준 금리인하 기대 과잉반영
연착륙 성공하면 금리 낙폭도 제한
미국 주도 저유가도 경기에 긍정적
동유럽·중동 지정학적 변수도 여전
고령화·탈탄소·안보 재정수요 급증
美대선 등 선거 많아…정치영향력↑

“복은 재난에서 비롯되고 재난은 복에서 비롯된다(福本於有禍 禍本生於有福)” - 노자(老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22년 시작된 긴축이 이르면 2년만에 끝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자산시장이 환호하고 있다. 40년래 가장 강력한 미국의 긴축에 짓눌렸던 자산시장이 이를 반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2024년 투자는 걱정할 게 없는 것일까?

새해 경제도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하다. 경제는 생물이다. 통화정책은 경제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확률이 높아졌지만 언제 어느 정도일 지는 아직 가늠하기 쉽지 않다. 연준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파월이 2021년 물가상승세를 과소평가했던 과오를 범했음을 떠올려 보자.

물가에 영향이 큰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추이는 예상이 더 어렵다. 지정학적, 기후적 변수는 예측을 불허한다. 새해에는 선거도 많다. 선거 결과는 정책에 반영된다. 정책은 경제의 주요 변수다. 당장 대한민국 총선과 미국 대선은 우리 국민들의 자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도리가 확실하지 않은데 행동(先物行先理動)하는 전식(前識)은 단서가 없는데도 엉터리로 억측하는 것(無緣而忘意度)”

“서둘러 앞장서지 않으면 어떤 일이나 반드시 성취한다(不敢爲天下先 則事無不事)” - 한비자(韓非子) 해로(解老)

섣부른 예상보다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한 해 일 수 있다. 새해 자산관리를 위해 살펴야 할 주요한 사안을 국내외로 나눠 정리해봤다.

▶경기 아직 괜찮은데 긴축에서 완화로? 알쏭달쏭 금리

시장은 미래 가치의 현재 할인이다. 각종 재료들의 움직임은 시장가격에 신속히 반영된다. 파월의 발언 후에도 증시에서는 시장이 내년 말 예상 기준금리가 3.9%까지 떨어질 가능성까지 반영하고 있다는 걱정이 나왔다. 연준의 점도표(dot plan)에서 2024년 말 예상 기준금리는 4.6%다. 시장이 무려 0.7%포인트나 ‘과잉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불과 몇 달 전 만해도 기준금리가 더 오르지않기만을 염원했던 시장인데 물가상승세가 좀 진정됐다고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파른 금리인하를 기대해 이를 가격에 모조리 반영했는데 실제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린다는 뜻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누가 봐도 지금 미국 경제는 뜨거운 상태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경제성장률을 웃돌고 있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수요 우위다. 금리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에 씀씀이가 커지면 수요가 늘어나며 다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번 회의 직후 파월은 아직 긴축의 효과가 실물경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긴축 효과 보다 완화 기대가 앞선다면 연준의 선택도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년 전에도 2023년 하반기에는 기준금리가 내릴 수 있다는 예상들이 꽤 많았었다. 빗나간 예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면 지금 어떤 결과에 직면했을까?

▶저유가 고착화? 원유시장 패권도 차지한 미국

물가상승세가 둔화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이미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국제유가는 하락한 결과다. 물가가 충분히 올랐는지 가늠을 하려면 고용지표를 봐야 한다. 소득이 늘면 물가상승을 감당해 낼 수 있다. 임금이 계속 오른다면 그 자체로 물가상승의 동력이 된다.

국제유가는 좀 더 복잡하다. 긴축 초기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배경도 크게 두 가지다. 공급 측면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수요 측면에서는 코로나19 방역 해제에 따른 소비회복이다. 전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계속됐고 기대했던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해제 효과는 덜했다. 그래서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사우디아라비아 등 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으로 유가를 다시 자극했다. 이에 맞서 경제협력기구(OECD)에 속한 미국과 남미, 유럽의 산유국들이 공격적으로 증산에 나섰고 중동에서도 OPEC회원국이 아닌 이란이 생산량을 늘렸다. 현재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세계 수요의 20%에 달한다. 사우디의 2배다. OPEC의 생산량은 30%가 안된다.

중동 산유국들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는 돼야 국가 재정을 ‘플러스’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유가 올리려고 자칫 감산을 더 했다가는 시장점유율을 더 내어줄 수 있는 처지가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보면 OPCE+(OPEC과 동참국)의 원유시장(자국 소비량 제외) 점유율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51%까지 떨어졌다. 원유라고 다 같지 않다. 지역별로 성질이 달라 이를 정유하는 입장에서는 도입선을 쉽게 바꾸기 어렵다. 심지어 최근 폐막한 COP28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데 전세계가 동의했다. 각국이 COP28 합의를 잘 지킨다면 원유수요가 크게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미국에 밀리고 시간에 쫓기는 OPEC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지가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산유국인 이란이 개입할 지 여부도 살펴야 한다.

국제유가가 하락해 물가상승률이 둔화됐지만 현재의 저유가 국면이 고착되면 오히려 경제 주체의 소비 여력을 높일 수 있다. 소비가 늘어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는데 과연 기준금리까지 내려 경기를 부양해야 할까? 경제활동이 활발해져 에너지 수요가 늘면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수도 있다. 경기를 반영하는 유가와 증시는 과거 대부분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탈탄소, 고령화, 안보강화…돈 쓸 곳 많아지는 정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진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도 살필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은 단기금리에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재정정책이다. 통화정책 효과는 금융시스템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효과가 퍼지지만 재정정책은 실물경제를 직접 자극한다. 정치 중립을 지향하는 중앙은행과 달리 재정정책은 정치의 영역이기도 하다. 2024년 전 지구적으로 선거가 많다는 뜻은 재정정책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높인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큰 정부, 즉 경제의 재정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전지구적인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비용 상승, 신재생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자금마련, 저금리 때 급증한 국채의 높아진 이자부담, 후퇴하는 세계화와 늘어나는 국제 갈등으로 인한 안보 비용 증가 등으로 각국의 재정 수요는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세금을 더 걷기는 쉽지 않다. 결국 세수로 충분하지 않으면 빚을 내야하는데 국채 발행 증가는 시장금리 상승요인이다.

재정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예측이 쉽지 않다.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이 또다시 국가부채 문제로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유로존은 회원국간 재정상황 차이가 크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의 통합재정 부족 문제가 부각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아직 시장 기대만큼의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여전히 세계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재정정책도 눈여겨봐야 한다.

②편에서 계속…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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