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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부담금 전면 정비를 환영한다

‘그림자 조세’라고 불리는 게 있다. 바로 부담금이다. 세금은 아니지만 여러 이유로 정부가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돈이다. 그런데 막상 알지 못한 채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매달 내는 전기 요금에는 사실 3.7%의 전력기금 부담금이 포함돼 있다. 영화상영관에 가서 입장권을 사면 3%의 입장권 부과금을 낸다. 해외 항공권에는 1만1000원의 출국납부금이, 자동차 책임보험료에는 1%의 자동차사고 피해지원사업 분담금이 덧붙는다. 이런 부담금이 총 91개이고, 올해에만 24조6000억원을 징수할 계획이었다.

부담금을 걷는 데에도 물론 이유가 있다. 공익사업 중 일부는 비용 부담을 모든 국민보단 특정 대상에게 지우는 게 더 타당하다. 어떤 경우엔 그 공익사업을 해야 할 원인을 제공한 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 종종 그 공익사업으로부터 직접 혜택을 받게 될 이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타당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원인자 또는 수익자에게 공익사업 비용의 부담을 지우기 위해 부과하는 게 부담금이다. 하지만 현행 부담금 중 이 같은 원칙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설치된 지 오래되면서 더 이상 부담금 납부대상자가 해당 공익사업의 원인자 또는 수익자로 보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일부 부담금은 애초에 제도운영 취지에 맞지 않았지만 재원조달 수단으로 용이하다는 이유만으로 설치되기도 했다.

그동안 재정 전문가들은 부담금 제도가 합리적으로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하지만 부담금 제도 개선은 늘 지지부진했다. 재원조달의 용이함 때문에 재정제도의 합리성이 무시되기도 했고, 정부의 관심과 제도개선 의지도 크지 않았다. 이해당사자 집단의 목소리에 휩쓸려 바꿔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국회도 부담금 제도 개선에 무심했다. 회원제 골프장 이용자를 대상으로 징수하는 부담금은 2019년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법령이 그대로 남아있고, 2024년 1월에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정부는 지난 3월 27일 32개 부담금을 폐지 또는 감면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이뤄진 부담금 제도의 전면 정비로서 매우 환영할 일이다. 영화관 입장권, 전기요금, 항공권, 여권 신청비용 등에 숨어있던 부담금이 없어지거나 줄어든다.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던 학교용지부담금은 폐지되고, 개발부담금,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 폐기물처분부담금, 농지보전부담금은 덜 내게 되었다. 부과 실적이 없거나 타당성이 낮은 13개 부담금은 폐지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의 추계에 따르면 이번 제도 개선은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연간 2조원정도 경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담금 경감 효과가 국민과 기업에게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정부는 당장 7월부터 시행령 개정 사항을 시행하고, 법령 개정안은 하반기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모쪼록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민과 기업을 위한 정책 효과가 신속히 나타날 수 있도록 국회와 각 정부 부처에서도 각별히 관심을 갖고 힘 써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번 정부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부담금에 대해서도 앞으로 계속 점검과 평가가 이뤄져, 부담금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이 계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고선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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