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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금융 시스템에서 이탈하고 있는 중국 [Zoom on finance with 니콜라스 베론]

이 기사는 해외 석학 기고글 플랫폼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해질 무렵 중국 상하이의 한 고층 빌딩에 중국 공산당 로고가 보인다.[AFP]

지난해 5월, 중국은 새로운 금융부문 감독 시스템을 발족했다. 이는 그에 두 달 앞서 개최된 양회, 즉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른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현황 점검을 해보자. 애석하게도 어떤 지표를 보더라도 점점 크고 복잡해지는 중국 경제에서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시장 기반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이 감독 개혁이 윤활유가 아닌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감독개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중국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를 개칭한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NFRA·금감총국)의 감독 권한이 중국 내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대됐다. 단, 증권거래소와 증권사는 계속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증감회) 소관이다. 금감총국은 기존에 중국인민은행(인민은행)이 수행했던 금융고객 보호와 금융지주사 감독, 그리고 증감회에서 이관된 투자자보호 업무 등을 맡는다. 대신, 증감회는 1980~90년대 시장지향 개혁 전 하향식 “신용 설계(Credit Planning)” 시절의 때늦은 유산으로 과거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맡았던 채권시장 감독 기능을 넘겨받았다. 관련해, 금감총국은 원래 인민은행이 갖고 있던 감독능력의 대부분, 즉 1,600개가 넘는 성급 지점을 흡수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중국 중앙은행으로서 거시건전성 감독 책임을 유지하지만, 한때 금융감독기관으로서 가졌던 포괄적 역할은 사실상 잃게 됐다. 이는 증감회가 인민은행에서 분리된 1992년에 시작된 프로세스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금감총국 위에 중국중앙금융위원회(CFC·중앙금융위)라는 조직이 신설됐다. 2017년에 설립됐으나 제구실을 찾지 못한 더 작은 조직체인 금융안정개발위원회를 대체한 중앙금융위는 금융부문 감독을 총괄한다. 증감회, 인민은행과 같이 공식적으로 중국 국무원에 보고하는 금감총국과 달리, 중앙금융위는 중국공산당 조직이다. 중앙금융위는 또한 소규모 조정실이 아니라 베이징 “금융가(Financial Street)”의 금감총국, 증감회, 인민은행 건물에 인접한 상설 사무소와 상당한 전문 인력을 갖춘 사실상의 중앙기관이다. 국영은행을 경영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관리, 리원쩌(Li Yunze)와 왕지앙(Wang Jiang)이 각각 금감총국과 중앙금융위의 장으로 임명됐다. 왕지앙은 중앙금융위 판공실 주임을 겸임하는 허리펑(He Lifeng) 중국 경제 부총리의 공식 대리다. 한편 금융 분야 경험과 정치 수완을 겸비한 또다른 관리 우칭(Wu Qing)이 지난 2월 증감회의 신임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중국에서 흔히 그렇듯, 당국은 이런 굵직한 변화의 동기가 무엇인지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논문이나 공청회, 살펴볼 만한 토론도 없었다. 과거 이 분야에 변화가 생길 때면 진행됐던 정책 심의라는 외양도 사라졌을 뿐 아니라, 모순적으로 순서가 뒤바뀌기까지 했다. 예전에는 금융부문 정책 체계를 큰 틀에서 바꾸기에 앞서 다가올 개혁에 대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형식적으로나마 심의 절차 역할을 하는 “전국금융공작회의(National Financial Work Conference)”가 있었다. 이 회의는 1997년 첫 회의 후 5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됐으며, 중국의 첫 중대 국가주도 금융부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2022년에도 금융공작회의가 개최됐어야 하는데, 2022년은 아무런 발표도 없이 지나갔다. 그러던 2023년 3월, 새로운 감독구조가 일견 갑작스레 발표됐고, 5월에는 새로운 기구들이 속속 설립됐다. 2023년 11월이 되어서야 베이징에서 “중앙금융공작회의(Central Financial Work Conference)”가 개최됐다. 표면적으로는 형식적인 절차였으나, “중앙”이라는 표현이 “전국”으로 대체된 것에서 중심축이 국가에서 당으로 이동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지난해 처음 이 개혁이 발표됐을 때, 일부 분석가들은 금융감독 전문가들이 말하는 “쌍봉형(Twin Peaks)” 구성이라며 이 개혁을 합리화하려 했다. 쌍봉형이란 1990년대에 만들어진 개념으로, 이후 호주, 벨기에, 네덜란드, 남아프리카, 영국 등 여러 나라에 의해 채택됐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쌍봉형 모델은 두 개의 주요 금융감독당국이 업무를 나눠 가지는 형태다. 한 기구는 건전성 감독을 담당하고 시스템적 위험에 대비하며, 다른 기구는 영업행위 감독을 맡아 시장참여자를 정보 비대칭의 남용과 사기로부터 보호하고 시장 무결성을 보장한다. 영국을 예로 들면, 건전성규제기구(Prudential Regulation Authority)(영란은행에 속함)와 금융행위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이라는 두 당국의 명칭 속에 각자의 권한이 직접적으로 반영돼 있다. 그러나 중국의 새 구조는 이 쌍봉형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금감총국은 건전성과 영업행위라는 두 권한을 모두 거머쥐었지만, 증감회의 행위감독 범위는 개혁 이전보다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베이징의 중국인민은행 앞에 서 있다. [AFP]

그렇지만 중국의 새로운 체계는 기능적으로 볼 때 한국이 1990년대 말 채택했던 체계와 비슷하다. 당시 한국 체계에서는 금융부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정책을 수립하고 금융감독원이 정책을 이행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는 각각 중앙금융위와 금감총국의 역할과 유사하다. 그러나 중국처럼 대부분의 척도에서 세계 두 번째(혹은 심지어 금융자산 규모 등에서 첫 번째)인 거대 금융부문과 한국처럼 단일 기관이 모든 정책 권한을 보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중간 규모 금융부문 간에는 부문 전체를 아우르는 총괄 감독기관의 손익을 따져봤을 때, 그 답이 상당히 다르다. 이 점에서 중앙금융위/금감총국 구조는 오히려 1990년대 말 영국이 채택했던 구조와 닮았다. 영국 구조에서는 막강한 금융감독청(FSA)이 모든 금융회사와 시장을 감독했다. 당시 영국의 금융부문은 현재 중국 금융부문보다 훨씬 더 작았음에도 이 구조는 너무 버거워지게 됐고, 2007~2009년 대금융위기 때 참담하게 실패하고 말았으며, 이후 영국은 쌍봉형 모델로 전환하게 됐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모든 금융감독권한을 한꺼번에 행사하려다 결국엔 이를 동시에 이행하지 못하고, 특히 건전성 업무에서 용서받지 못할 실수를 범하며 스코틀랜드 왕립은행과 기타 주요 영국 대출기관들의 값비싼 몰락을 자초했다. 확실히 중국이 따를 만한 적절한 선례는 아닌 듯하다.

[더 뱅커지]

보다 효과적 혹은 효율적으로 감독 역할을 배분하는 것보다는 공산당의 장악력을 직설적으로 재천명하는 것이 중국의 개혁에 숨은 진짜 속셈임은 자명하다. 이는 물론 금감총국이 공산당 명찰을 단 중앙금융위에 확실히 종속됐다는 점, 그리고 병렬적으로 “중국 금융 시스템에서 당의 이념적, 정치적 역할 강화”를 과업으로 천명한 중앙금융공작회의가 부활했다는 사실로도 유추할 수 있다. 이것은 특히 부동산시장과 지방정부의 자금조달을 둘러싼 근심스러운 상황, 또는 단순히 시진핑 집권 3기 “권력의 수직선(vertical of power)” 강화를 위한 전반적 추세와 더불어, 중국 금융시스템에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는 인식과 관련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금감총국과 인민은행 직원에 대한 대폭의 감봉 조치, 지나치게 정치화된 중국 시스템 안에서 그나마 가장 자율적, 기술주의적 기관에 가까웠던 인민은행이 등한시됨으로써 감독의 독립성과 전문성 약화는 공고해진다. 사실, 이 개혁의 요지는 단지 현 상황에서 무엇이 됐든 독립적 행정기구와 비슷한 것은 중국 당 국가(party-state)가 용납하지 못한다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바로 거기 중국의 문제가 존재한다. 중앙은행이나 금융감독기관처럼 잘 정의된 권한과 자율권을 가진 공공기관은 복잡한 시장 기반 금융 시스템의 작동에 필수 요소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1978년과 1998년 사이 20년에 걸쳐 중앙계획적 신용 시스템을 해체했지만, 구습은 여간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중국 주요 상업은행, 중개기관 및 기관투자자는 지배구조 상 국영이거나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 1990년대 이후 금융부문의 사적 소유권을 확대하기 위한 실험이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새 진입자가 고객을 오도하거나 노골적인 사기임이 밝혀진 사례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지금 있는 중앙금융위와 금감총국의 각 전신은 복잡한 시장 기반 금융 시스템을 적절히 단속할 만한 능력을 제대로 갖춘 적이 없었다. 그런데 현 구조는 탈중심적 시장 기반 행위자들을 효과적으로 감독할 준비가 그 때보다 훨씬 더 미흡한 듯하다. 확실한 건 어느 곳의 금융감독기관도 궁극적으로 정치당국에 보고해야 할 의무는 있지만, 가장 훌륭한 감독기관은 시장 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정치 개입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통제력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받지 않았던 나폴레옹조차 프랑스은행 설립 이후인 1806년, 자신은 “[프랑스]은행이 충분히 정부의 손안에 있되, 너무 지나치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는 인상깊은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중국 공산당은 요즘 그런 자제력을 모르는 것 같다.

작년 중국 금융감독 시스템에 일어난 이 복잡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몰고 올 영향은 앞으로 두고 봐야 알 것이다. 새로운 구조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위기에 검증받지 않았다. 그러나 조짐이 좋지 않다. 중앙은행을 외면하고, 포괄적인 감독 거인을 창조하여 그 거인을 상급자가 수두룩한 당 위원회의 옹졸한 감독 하에 둠으로써 중국은 금융감독의 효과성을 구조적으로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 (Herald Insight Collection)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HIC·Herald Insight Collection)'은 헤럴드가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지혜의 보고(寶庫)’입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뿐 아니라, 양자역학·인공지능(AI), 지정학, 인구 절벽 문제, 환경, 동아시아 등의 주요 이슈에 대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칼럼 영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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