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전북경찰청 입구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음주단속이 이뤄지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전주)=황성철 기자] 경찰이 출근길 음주운전 단속 정보를 직원들에게 미리 공지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일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단속은 불시에 하면서, 직원들에게는 일정을 귀띔해 속칭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전북경찰청은 이날 오전 8시부터 경찰서와 지구대·파출소 등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음주단속을 폈다.

최근 경찰관의 성범죄 등 비위가 잇따르자 복무 기강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단속이 실시된다.

공교롭게도 30여분간 진행한 이날 단속에서는 단 한 명의 음주 운전자도 적발되지 않았다.

아침 단속 때마다 도로 위에서 숙취 운전자가 심심치 않게 적발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전북경찰청은 전날 오전 내부 메신저를 통해 직원들에게 음주운전 단속 일정을 알려줬다.

메신저에는 ‘얼마 전에 경찰관의 음주 사고가 있었다. 내일 자체 단속 예정이니 모임이 있으면 (출근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단속 시간까지 공유해 전날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더라도 출근 시간만 피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전북경찰청은 “복무 기강을 다지기 위해 출근길 직원들의 숙취 운전을 점검했다”며 “(단속 정보를 알지 못하는) 민원인 등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자정’ 차원에서 한 단속이었다”고 해명했다.

최근 전북에서는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교통 경찰관이 혈중알코올농도 면허취소 수치인 0.08% 이상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냈다.